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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CLINIC먹고 살기 좋아지고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제 비만 기준을 BMI 25에서 27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만큼 비만 인구가 늘고 있다.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전체 성인의 비만병 유병률은 2013년 30.6%에서 2022년 38.4%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최근에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semaglutide)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비만에 대한 전국민의 이목이 또 한번 집중되기도 하였다. OSA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체중감량을 교육하고 비만의 위험성을 이야기해 오다보니 위고비가 어떤 것인지, 비만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더욱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공유하고자 대한 비만학회에서 주최하는 제48회 추계연수강좌에 참석하였다.
오전의 첫 세션은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속설에 대한 교정 시간이었는데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만 소개하면, 첫째로 ‘운동을 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살이 빠진다’는 것이 잘못된 말이라는 것이다. 근육이 많아지면 대사량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운동 시 살이 빠지는 것은 운동을 할수록 지방활용 능력이 증가하여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잘 쓰기 대문에 체지방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는게 맞다. 또 하나는 운동강도에 대한 것인데, 운동 강도가 너무 높으면 지방소모가 줄고 탄수화물 소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강도 65% 정도의 중강도 운동이 효과적이다. 중강도 운동은 운동 중 옆 사람과 짧게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를 말한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Wegovy®, 위고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글루카곤양 펩티드-1 (Glucagon like peptide -1, GLP-1)는 췌장 랑게르한스 섬에서 베타세포 증식을 자극,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당뇨병 치료제이다. 또한 위에서는 위배출을 억제하며 미주신경을 통해 시상하부로 신호가 전달되어 식욕을 억제하고 높은 농도에서는 직접 시상하부 및 기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여 비만 치료제로 사용된다.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Saxenda®, 삭센다) 모두 사람의 GLP-1을 기반으로 변형된 약제로 아미노산 서열 상 각각 94%, 97%의 상동성을 가지고 있다. 아미노산 서열 변형을 통해 GLP-1이 DPP4에 의해 단시간에 분해되는 것을 막고, 다른 곳에 가서 붙는 것을 억제하면서 약제로 활용하게 되었다. 세마글루티드는 추가로 26번 Lys에 18개 탄소의 지방산을 붙여서 알부민에 강하게 결합하도록 하여 체내에 더 오래 유지되게 하였다. 이로써 반감기가 1주 이상으로 길어져 주 1회 주사제로서 투여된다. 시작 용량은 주 1회 0.25mg이고 4주 간격으로 0.5mg, 1.0mg, 1.7mg, 2.4mg으로 증량한다.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 각각 당뇨치료제용 제제 (Ozempic®, Victoza®)가 따로 있지만 이번에는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위고비와 삭센다에 대해서만 서술하겠다.
위고비의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는 STEP(Semaglutide treatment effect in people with obesity)라고 한다. STEP 1에서는 제2형 당뇨가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68주 연구 종료 시점에서 위고비가 위약 대비 평균 12.4%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STEP 2는 당뇨병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며 위약군과 비교하여 평균 6.2%의 체중감소를 보였다. STEP 4는 용량 증량을 포함한 20주의 투약기간 이후 달성된 체중감량 효과를 유지하는데 있어 위고비의 효능을 평가했는데, 20주간 평균 10.6%의 체중을 감량한 803명의 환자에게 20주부터 68주 사이에 지속적으로 위고비 2.4mg을 투여한 결과 투약군에서는 추가 7.9%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으나 위약군에서는 6.8%의 체중 재증가가 나타났다. STEP 8은 삭센다와 위고비의 무작위배정, 대규모 비교 연구로 68주까지의 평균 체중변화는 위고비 군에서 15.8%, 삭센다 군에서 6.4% 감소로 차이를 보였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다른 GLP-1 RA와 마찬가지로 구역, 구토, 설사의 위장관계 부작용이었다. 삭센다와 비교했을 때 위고비에서 약간 더 자주 발생하였지만 대부분은 경증, 중등증이었으며, 증량 속도를 늦춰 천천히 증량하면 대게 호전된다.
삭센다와 위고비 모두 심한 구역, 구토, 설사로 탈수가 생겨서 급성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위고비는 eGFR<30 mL/min/1.73m2 인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AKI 예방을 위해서 치료 시작 전 eGFR을 주의 깊게 평가하고, 탈수에 대한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며 식욕이 떨어져도 수분섭취는 꼭 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GLP-1 RA는 저혈당이 잘 발생하지는 않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특히 당뇨병이 있는 비만 환자에서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GLP-1 RA은 담석증, 담낭염 등의 담낭 관련 부작용을 증가시킨다. 약제 때문만이 아니라 체중감량이 급격히 일어날 경우에도 담석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전에 환자에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예방을 위해 비타민 C의 섭취를 늘이고 규칙적인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이 추천된다.
위고비와 췌장염의 관계는 아직까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췌장염 발생 위험이 높은 비만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았던 환자들이 주 치료 대상자이므로 췌장염 과거력이 있는 경우 GLP-1 RA 계열 약제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GLP-1 RA에 의해 급격한 혈당 강하는 망막혈류를 변화시키고 산소공급부족을 초래하며 새로 생긴 약한 혈관이 손상되며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한 급격한 체중감량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지며 탈모의 가능성이 있고, 약제에 의해 급격한 근손실도 올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고비의 후속 주자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 젭바운드 (Tirzepatide, Zepbound®)이다. 젭바운드는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dual agonist)로 비만치료용 주사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GIP 효과를 같이 가지고 있어서 nausea를 감소시켜 주고 혈당의존적으로 글루카곤이 증가해서 hypoglycemia를 감소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에 대한 임상연구는 SURMOUNT라고 하는데, 당뇨가 없는 사람에서 20%이상의 좋은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아직 삭센다나 위고비에 비해 임상연구 결과가 많지 않고 현재 진행중인 것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성인 비만치료제로 승인 후 사용 중이며 2.5mg, 5.0mg의 저용량의 vial 제제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 아직은 들어와 있지 않지만 차세대 주자로 기대해 볼만 하다.
비만 코드는 E66.9이고 비만 진료는 비급여 진료이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은 4주 이내 처방이 원칙이며, 큐시미아, 삭센다, 위고비는 장기간 연속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위고비는 삭센다에 비해 반감기가 길어 일주일에 한번 투약하는 편리성이 있고 장기 투여 시의 체중감량 효과도 좋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급격한 체중 감량은 AKI, 근육 손실, 담석, 망막병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삭센다와 위고비 모두 투여 중단 시 다시 체중이 증가하기 때문에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과 식이요법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 자리를 꽉 채운 강의실 풍경 >
하영민 (서울수면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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